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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날에 외갓집에서 받은 용돈부터 시작하여 며칠전 외할머니께 소풍간다고 미리 받은 용돈까지 알뜰살뜰 모으더니
한번은 놀부 부대찌게에서 저녁을 쏘고 한번은 아빠 엄마의 결혼기념일에 와인 한 병을 선물 해주고는
남은 돈을 몽땅 털어 아빠 생신 날에 가족이 함께 간 신세계에서  99000원짜리 나이키 운동화를 선물로 사주는 게 아닌가.
평소 가족들에게 짜게 굴고 매사 너무 철두철미하여 남자면 통도 크고 대범할 줄 알아야지,라는 농담같은 진담을 자주
듣는 창돌군은 이리 재고 저리 재는 조잔함 없이 거금의 돈으로 한방에 통 큰 모습을 보였고 우리는 모두 뜬금없이 일어난
일에 놀랐다.
평소 같았으면 분명 이것저것 계산하고 열 번도 더 망설였을 게 틀림없었을텐데.
아빠에게 36000원의 비니모자를 선물 한 서희양은 기쁜 마음으로 선물하고도 왠지 꾸리꾸리해 보였다.
암튼 2009년 4월14일은 서희양의 갈지마오 막강 파워에 밀려 자나깨나 2인자의 설움을 겪는 창돌군의 압승이라 기록한다.

집으로 돌아와 농을 던졌다.
내(엄마) 생일 사이엔 명절도 없고 용돈 받을 일도 없는데 어떡할 거 냐고, 매일 엄마 없으면 못산다 했으니 아빠에게 한
선물보다 더 좋은 것으로 해주지 않겠나. 오늘 창돌군의 행동으로 보아 몹시 기대된다 했더니
즉석에서 돌아온 답은 종이로 뭘 만들어주겠단다.
(사실, 영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닌 것 같다. 정확한 기분은 모르겠지만 암튼 조금 서운했다고 할까!
창돌군은 아직까지 엄마만 있으면 그저 좋고 엄마만 찾는 아인데 모은 십만원을 반으로 공평하게 잘라 빈말이라도
엄마 생일에 선물 마련으로 쓸 거 라는 말을 기대한 건 나의 실수거나 착각이였나?
그렇다고 내가 11살 아이에게 선물을 바라는 건 절대 아니고 ......뭐 그냥 그렇다는 .... 어째보면 유치찬란한
감정이고 어째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 남한테는 얘기 못하겠고 속으로는 그래도 섭한 이 묘한 기분)

그리고 다음날 창돌군이 모은 용돈을 통틀어 아빠에게 운동화를 선물한 이유를 알았다.
' 2년전 아빠 생신때 누나와 용돈을 합쳐 운동화를 선물했는데 물론 구두도 있고 다른 신발도 있지만
평소에 아빠가 많이 신고 다니는 신발은 그 운동화 한 켤레 뿐이고 어느날 아빠랑 외출하면서 땅을 보다가 아빠의 신발을
봤는데 맨날 그 하나만 신고 다녀서 신발이 많이 닳아져 있었고 오래 신고 다닌 묵은 때가 있었는데 그걸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우리한테 좋은 거 먹이고 좋은 거 사주고 좋은 거 보여주려고 여행 데리고 다니시느라, 우리 키운다고 고생하는 아빠에게
내 용돈 전부로 새 운동화를 꼭 사드리고 싶었다 '

나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아이가 헤아리고 있었다니 기특하고 대견하다.
그리고 나는 부끄럽다.

작년 여름 그 운동화를 손으로 빨면서 ' 이건 신발이 아니고 군함 ' 이라며 솔로 박박 문지르느라 팔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고 투덜거린 적 있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괜히 남편에게 미안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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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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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와... 11살 창돌군이 이렇게나 맘 씀씀이가 깊나요?..
    한편으로 놀랍기도 하구요..
    한편으론 쟈스민님이랑 남편분께선 맘 든든하시겠단 생각 듭니다.

    글 읽으며..운동화 한켤레에 담긴 서로간의 애정에.. 슬며시 미소 짓습니다.
    아 창돌군.. 완전 효자군요..~~ ㅋ

    2009/04/22 11:47 [ ADDR : EDIT/ DEL : REPLY ]
  2. 아, 이 운동화로 어디 땅을 제대로 밟고 설 수나 있을지 걱정이 들기도 하네요!

    2009/04/30 12:15 [ ADDR : EDIT/ DEL : REPLY ]